영화 <비긴어게인>, 무너졌던 삶이 다시 반짝거리는 순간

영화, 비긴어게인

그레타와 댄의 이야기

주인공 그레타 역할을 맡은 키이라 나이틀리의 연기가 인상 깊게 다가왔다. 그녀는 극중에서 싱어송라이터로서 자기자신만의 색깔을 지닌 뮤지션이면서 연인에게 버림받은 상처를 가지고있는 여자이기도 했다. 그레타 는 남자친구 ‘데이브’(애덤 리바인)가 유명한 음반회사와 계약을 하게 되면서 뉴욕으로 오게 되었다. 그러나 행복도 잠시, 오랜시간 함께해온 연인이자 음악적 파트너로서 같이 노래를 만들고 부르는 것이 좋았던 그레타와 다르게 스타가 된 데이브의 마음은 어느새 변해버린 것이다. 그래서인지 그레타가 노래를 부를 때는 마치 실제 인물처럼 감정 표현이 풍부해 보였고 몰입도도 높았다. 또 하나 주목할 만한 부분은 캐릭터가 변화되는 과정이었다. 영화 초반부에서는 발랄하고 사랑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다가 후반부로 갈수록 점점 어두워지고고 우울한 분위기로 변해갔다. 아마도 이별의 아픔을 겪어가면서 내면의 갈등이 점점 커졌기 때문일 것이다.이렇듯 배우의 섬세한 감정 연기는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만약 내가 직접 시나리오를 썼다면 여주인공 그레타의 심리 변화를 좀 더 세밀하게 묘사했을 것 같다. 스타 프로듀서였지만 지금은 해고된 ‘댄’(마크 러팔로)은 미치기 일보직전에 들러본 뮤직바에서 그레타의 자작곡을 듣게 되고 아직 녹슬지 않은 촉을 살려 음반제작을 제안해본다. 제안을 수락한 그레타는 댄과 거리 밴드를 결성하여 뉴욕 거리를 스튜디오 삼아 자신들이 진짜로 부르고 싶었던 노래를 만들어가면서 영화가 시작된다.

<비긴어게인>은 음악영화이다. 

직업이 싱어송라이터인 그레타(키이라 나이틀리)와 음반프로듀서 댄(마크 러팔로)이 뉴욕 거리 곳곳을 돌아다니며 노래를 작곡하고 부르는 과정을 그렸다. 원스 이후 이렇다 할 음악영화가 없었던 중에 가뭄 속 단비와도 같은 작품이었다. 게다가 주연배우 키이라 나이틀리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여배우중 한명이라 개봉 전부터 무척 기대됐다. 하지만 실제로 영화를 보고나니 예상과는 전혀 달랐다. 물론 좋은 점도 많았지만 아쉬운 부분이 더 많았던것 같다. 우선 스토리 전개가 매끄럽지 못했다. 두 주인공 사이에 벌어지는 갈등 구조가 지나치게 단순했고 개연성도 부족했다. 그러다 보니 극중 인물들의 감정선을 따라가기가 쉽지 않았다. 또 하나 아쉬웠던 건 OST 퀄리티다. 다양한 명곡들이 등장하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임팩트가 약했다. 개인적으로는 마룬5의 보컬 애덤 리바인이 부른 'Lost Stars'가 가장 좋았다. 마지막으로 결말부 연출이 아쉬웠다. 열린 결말로 끝맺음 했는데 여운보다는 허무함이 크게 느껴졌다. 차라리 깔끔하게 마무리 짓는 편이 나았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비긴 어게인>은 음악영화라는 타이틀답게 다양한 노래가 등장한다. 주인공 그레타 역을 맡은 키이라 나이틀리가 직접 부른 곡 외에도 마룬5의 애덤 리바인, 마크 러팔로 등 쟁쟁한 뮤지션들이 참여하여 귀를 즐겁게 해준다. 개인적으로는 남주인공 댄이 딸 바이올렛에게 불러주는 자장가가 인상 깊었다. 가사 없이 허밍으로만 이루어진 곡인데 마치 엄마가 아기에게 속삭이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래서인지 듣는 내내 마음이 편안해지고 따뜻해졌다. 또 하나 기억에 남는 장면은 데이브 역할을 맡은 제임스 코든이 기타를 치며 부르는 Lost Stars다. 극중 싱어송라이터인 댄이 작곡한 노래이기도 하다. 비록 실제로는 자신의 연인이자 스타 프로듀서였던 데이브 앞에서 부르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진심 어린 목소리만큼은 관객들에게 충분히 전달되었을 것이다.

영화의 결말

마지막 후반부 장면에서는 그레타와 댄이 이어폰을 나눠 끼고 뉴욕 거리를 걸으면서 노래를 부른다. 그리고 두 사람은 결국 서로에게 사랑 고백을 한다. 하지만 둘 사이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남아있다. 데이브라는 존재 자체가 걸림돌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그녀는 눈물을 흘리며 이별을 고했다. 그러자 댄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에겐 또 다른 내일이 있잖아요." 그렇다. 비록 지금은 헤어지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함께 하자는 약속이었다. 만약 그때까지 자신을 잊지 않는다면 그땐 진짜 연인이 되어주겠다고 했다. 그러고는 나서 각자의 길을 걷게된다. 시간이 흘러 계속 음악 활동을 이어가던 어느 날 두사람은 우연히 길거리에서 마주친다. 이때 댄은 기타를 치며 자작곡을 부르고 있었다. 잠시 후 그레타는 조용히 다가가 살며시 손을 잡는다. 마침내 두 사람은 재결합하게 된 것이다.